나태주 시인의 6월과 관련된 시 모음입니다.
나태주 시 모음 유월은 / 6월에 / 6월 기집애
< 유월은 >
유월은
네 눈동자 안에 내리는 빗방울처럼
화사한 네 목소릴 들려주셔요
유월은
장미 가시 사이로 내리는 빗방울처럼
화안한 네 웃음 빛깔을 보여주셔요
하늘 위엔 흰구름 가슴속엔 무지개
너무 가까이 오지 마셔요
그만큼 계셔도 숨소리가 들리는걸요
유월은
네 화려한 레이스 사이로 내다보이는 강변
쓸리는 갈대숲 갈대새 노래 삐릿삐릿.....
유월은
네 받쳐든 비닐우산 사이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늘빛
비 개인 하늘빛 속살을 보여주셔요
< 6월에 >
말없이 바라보아 주시는
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
때때로 옆에 와 서 주시는
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합니다
산에 들에 하이얀 무찔레꽃
울타리에 넝쿨장미 어우러져
피어나는 유월에
그대 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
나는 황홀합니다
그대 생각 가슴속에 안개 되어
피어오름만으로도
나는 이렇게 가득합니다
< 6월 기집애 >
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
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
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
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
벌을 꼬이는데
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고
길섶의 양달개비
파란 혼불 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는데
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
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
내가 조금만 더 잘해주었던들
너는 그리 쉬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
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어 주었던들
너는 내 곁에서 더 오래 숨쉬고 있었을 텐데
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
울면서 울면서 쑥굴형의 고개 고개를
넘어만 가고 있는 쬐고만 이 6월 기집애야
돌아오려무나 돌아오려무나
감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
쥐똥나무 흰 꽃이 다 지기 전에
돌아오려무나
돌아와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 옆에서
우리도 양달개비 파란 꽃 되어
두 손을 마주 잡자꾸나
다시는 나뉘어지지 말자꾸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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